제   목호수가 그늘에서
작성자11관리자
작성일2007-06-20
내   용 상수리나무가 물 속에 발을 담근 채
길어 올린 물로 몸을 흠뻑 적신다
가뭄에 굴러온 상수리가 아사 직전에
호수가에 싹을 틔운 것이다
눈 밖이라도 기적 아닌 생은 결코 없었다
잎새는 이끼를 건져 올려 푸르름을 더해 갔다
서너 개의 가장귀가 팔을 한껏 벌리며
한 여름 물고기의 그늘이 되었다

그 사이 계절은 급속히 바뀌었고
가을 물감을 흩뿌린 나뭇잎이
금빛 깃발을 펄럭였다
이별 앞에 집착은 눈물의 서곡이다
호수 위에 낚시꾼이 밤새워 거두워 들인
포획물을 일거에 쏟아 붓고 아쉬운 듯
입가에 작별의 불을 당긴다
근거리서 눈여겨 본 상수리나무도
창백한 가랑잎의 손을 놓고
겨울볕에 허전한 이마를 댄다



김호신님시


 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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